전시·학술 한향림도자미술관 갤러리 H JUMP 8 - 황희선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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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선 개인전
< INFUSED WITH LIGHT >
빛이 스미는 곳
빛에서 시작된 감각, 일상으로 스며드는 시간
글 / 김 진 아 (한향림도자미술관 학예실장)
황희선의 작업은 빛에서 시작된다. 빛은 오랫동안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인 작업의 대상이었으며, 제임스 터렐의 작업에서처럼 단순히 사물을 밝히는 물리적 현상을 넘어, 우리가 공간과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황희선이 바라보는 빛은 강렬하고 눈부신 빛이 아니라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고 일렁이며 머무는 빛이다. 그 순간 작가는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천천히 흐르는 듯한 경험을 한다.
이러한 경험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이 말한 ‘바이오필리아(Biophilia)’는 인간에게 자연과 생명에 끌리는 본능적인 친화성이 있음을 설명한다. 황희선에게 자연은 관찰하거나 재현해야 할 풍경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감각을 되살리는 환경이다. 그래서 작가는 빛을 그대로 표현하기보다 자연에서 경험한 편안함과 고요함, 잔잔한 찬란함을 색과 곡선, 부드러운 형태로 옮긴다.
전시의 첫 장면에서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도자 유닛과 유리조각의 형태로 변환되어 공간을 채운다. 작가는 도자에 유리조각을 결합하여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감각을 오래 머무는 물질로 전환한다. 특히 캐스팅 유리는 빛을 단순히 통과시키는 재료가 아니라 빛의 깊이와 밀도를 머금을 수 있는 물성을 지닌다. 사라지는 빛의 순간은 흙과 유리의 물성 속에 머물며, 본래의 기능을 넘어 자연이 남긴 감각의 기억으로 전환된다. 이때 ‘소모없는 회복’이라는 전시의 의미가 드러난다. 경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감각으로 다시 우리 앞에 놓인다.
전시장 중앙에서는 개별 작품들이 서로 다른 높이와 거리, 시선을 형성하며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이 풍경은 특정한 자연의 장소를 재현하기보다 자연과 인간, 조형과 생활, 예술과 일상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관계적 장면을 보여준다. 각각의 작품은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통해 새로운 장면을 만들고, 관람자는 그 사이를 거닐며 자연의 한 장면을 다시 경험한다.
마지막에 빛은 다시 일상으로 스며든다. 테이블웨어와 생활 요소가 함께 놓인 공간에서 작품은 더 이상 감상의 대상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도자는 흙을 빚고 말리고 굽는 긴 시간을 거치며 완성되지만, 그 과정에는 작가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변화가 개입한다. 이러한 예측할 수 없는 과정은 자연의 질서와 닮아 있으며, 황희선에게 도자는 자연에서 얻은 감각을 다시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남기는 매체가 된다. 여기에 백자와 유리라는 서로 다른 물성이 더해지면서 단단함과 투명함, 무게와 빛, 지속과 순간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작품의 감정을 완성한다.
결국 황희선은 빛을 표현하는 작가라기보다, 빛을 통해 경험한 회복의 감각을 도자라는 물질과 일상의 관계 속으로 옮겨놓는 작가이다. 자연에서 시작된 감각은 흙과 유리,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내는 예측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쳐 오래 머무는 물질이 되고, 다시 사람의 손과 생활 속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황희선의 작업은 사라지는 순간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받은 감각이 소모되지 않고 새로운 형태로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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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장소: 한향림도자미술관 갤러리 H(L층)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82-37)
전시 기간: 2026.10.03.(토) ~ 2026.11.01.(일)
관람 시간: 10:00~18:00(월, 화 휴관)
문의 전화: 070-8872-0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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